IF, 만일 네가 교통사고를 당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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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트럭 운전자가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아직 그때의 너는 죽지 않았고, 그는 너를 죽도록 방치 했다.
그러나 트럭 바퀴에 깔린 채 피를 흘리고 있는 너는 생각해보라.
널 진짜로 죽게 만든 게 누구인지.
네가 살아 있는 동안 많은 기회가 있었다.
운전자가 조금 더 빨리 너를 신고하고 널 살리기 위해 애를 써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운전자는 도망갔고 너는 적극적으로 널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너는
관할 때문에, 업체 계약 때문에, 윗분들 눈치 보느라 우물쭈물하는 사람들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나는 청와대 자유게시판을 자주 들어가지 않는다. 거긴 어려운 곳이었다.
전전 대통령때 학교과제를 하기 위해 방문 한 게 다였다.
전 대통령때는 아예 눈을 감았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 라는 무심함이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연임이 가능하지 않았다.
국회도 있고 그의 정책에 반발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나 하나 눈감는다 해서 5년간 무슨 일이 있겠어 라는 마음이었다. 그게 나란 인간이었다.
이번에 누군가 청와대에 글을 올렸다고 해서 나도 보러갔다.
그래 궁금했다.
그리고 지금의 대통령을 지지하는 어떤 분의 글을 읽었다.
나는 칼을 맞은 기분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메뉴얼 대로 하는 놈이 어딨냐고? 죽일 놈은 따로 있으니 빨리 그 놈들을 처벌하고
책임자인 대통령 너는 이 위기에서 얼른 벗어나라는 글이었다.
그렇다면, 메뉴얼 대로 하지 않을 거면 생각하기도 어려운 액수의 돈을 들여 왜 그 것을 만들어 놨는가?
현실에서 써먹지도 못할 거고, 제대로 관리, 사용하지도 않고 훈련도 하지 않는 것을 왜?
그게 잘못이었다.
운전자는 운전을 했다. 그는 죽일 놈이 맞다. 왜 너를 방치하고 도망쳤는지에 대한 죄는 물어야 했다.
하지만 너는 살려달라고 포기하지 않고 정부에 요청을 했다.
그리고 시간이 있었음에도 기회가 있었음에도 정부는 너를 다시 한 번 방치했다.
구조를 요청 한 너를 찬 바닥에 계속 눕게 해놓고 네 어머니에게 너를 돌려보내지 못한 것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들의 책임자는 누구인가?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지켜져야 하는가?
북한? 그래 북한이 있었구나
근데 북한만이 우리의 위험이었던가? 북한이 널 트럭 밑에 집어 넣은 건 아니지 않는가?
수십년 동안 그들이 쌓아온 짐이 트럭 위에 올라섰다. 이런 일을 방지 하기 위해서 사람을 시켜 감시 하게 했다. 헌데 그 감시자가 짐을 더 높게 쌓아 올렸다.
나는 그것을 봐야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보지 않고 눈감았다. 나 또한 감시자였다. 알아야 하고 봐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망각하고 산 나 또한 그 트럭이 눈앞에 없는 것처럼 살아 왔다.
나는 그 트럭을 방치했다.
그 트럭이 너를 깔고 있었다.
허나 너는 그때 살아 있었다.
정부는 도망간 운전자를 잡고 왜 사고가 났는지 물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네가 죽어가는 그 시간에 그 곳에서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네 위에서 트럭을 치워야 했다.
트럭이 아니라 너를 봐야 했다.
네 부모님이 울부짖는 동안 그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곳에 누워 있는 너는 알지 않는가?
그들은 최선을 다한 적이 없었다.
그저 눈을 뜨고 네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너를 살려야 할 의무가 있는 자가 너를 그냥 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너의 표정을 더 이상 그려넣을 수가 없었다.
텔레비전에서는 너를 구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거라 말했던 너였다. 그게 사실이라면 뉴스가 왜 존재하냐며 웃던 너였다.
근데 너는 죽어가고 있고, 아무도 너를 구해주지 않는데 네가 믿던 뉴스가 입으로 너를 구하고 있었다.
대대적인 작전이었다.
뉴스는 너처럼 된 사람이 오랜 시간 생존했던 시간이 있다는 걸 반복적으로 말해줬다.
허나 현장에 너 혼자 남아 있다는 걸 보여주지 않았다. 현장으로 방문하는 수많은 사람만 보여줬다.
그 사람들중 한 명만이 너에게 닿았지만 시간 내에 가지 못했다.
네 부모님들은 인터넷으로 부터 온갖 말을 다 들었다.
그리고 그 말을 한 벌레들을 누군가는 진정한 애국 보수라고 했다.
진정으로 이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네 부모님에게 당신의 자식이 잘죽었다며 웃었다.
나는 이 나라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나는 좌좀이 되었고 선동꾼이 되었고 종북이 되었다.
나는 왜 너를 구해주지 않았는지 운전자에게 묻지 않았다.
죽일 놈에게 죄를 묻지 않는 사태파악 못하는 인간이 되었다.
나는 왜 구조 시스템이 이 모양인지 물었다.
운전자가 이상한 종교에 가입해서 그렇다는 말이 돌아왔다.
나는 울었다.
감정 조절이 안되는 미개한 인간이 되었다.
나는 네 부모님에게 너의 명복을 함께 빌고 있다고 말했다.
잉여력 넘치는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인간이 되었다.
나는 책임자를 보았다.
그 책임자도 나와 같이 이 나라를 보고 '잘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죽일 놈을 잡으라고 사람들이 말했다. 죽일 놈은 누구인가?
그래 묻는다.
너를 죽인 자는 누구인가?
그리고 처벌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나는 어느 날 갑자기 너가 될 수도 있었다.
내가 죽어가는 것을 방치해 둘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 부모님을 향해 더러운 손가락을 들이대며 못을 박을 많은 벌레들도 떠올랐다.
앞으로 남은 날을 살아가야 할 내 가족을 이 나라는 또 다시 방치하고
또 다른 트럭 밑에 집어 넣을 거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언론은 또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 놓을 거라는 것도 배웠다.
이렇게 생각하는 나를 이해 할 수 없다는 너를 위해 그리고 썼다.
내가 그린 만화 속에서 너는 죽었다.
너는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고 심한 뻥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근데 이따위가 현실이다. 너는 이 말이 안되는 상황의 논리 속에 죽었다.
네가 살려달라고 말해도 이 나라는 너를 구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네 부모님을 위로해 주지도 않는다.
너는 죽었고 그 죽음을 방치한 수많은 자들은
구조 전문가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비 전문가로써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람을 살리는 것을 빼고는 유능한 자들이었다.
너는 언론에 거짓말이란게 어딨냐고 했지만 너는 그들이 말한 거짓말에 깔려 죽었다.
운전자는 죄 값을 치르고 어떻게든 살아 갈거고
시간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일로 너의 죽음을 덮어버릴 거다.
그리고 사람들은 네가 어떻게 죽었는지보단 누가 그 트럭 위에 짐을 올렸는지만 이야기를 할거다.
너는 모든 일들이 '나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너는 그렇게 아무리 이해해 보려고 해도 이해 할 수 없는 일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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