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SnowM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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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기 _ 독일 렌트카 여행 #3_1 "뮌헨의 아침"








긴 잠을 뒤로하고 새벽 일찍 일어났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나 봤더니 일찍 잠들었다. 우리나라처럼 저녁 11시, 12시까지도 밝고 정신 없는게 아니라 6시부터 모두가 잠드는 저녁 느낌이라 자정에 잠든 걸로 착각했다. 아침 샤워를 마치고 짐을 다시 꾸렸다. 짐을 맡기거나 할 필요가 없는게 차에 넣어두고 다니면 되는지라 고민없이 집을 떠났다. 잠만 자고 나온거라 집주인과는 별다를게 없어서 인사만 하고 나왔다. 일단 시내 중심가로 향했다. 독일에 와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보는 것 같다. 막히는 차들 사이를 지나 시내 옆에 있는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기로 했다. 길에도 주차장이 있었지만, 뭔가 복잡해서 자동으로 정산 할 수 있는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북적북적한 뮌헨 시내를 걸었다. 프랑프푸르트도 공항에서 바로 나온지라 제대로 된 도시는 처음이었다. 광장에는 큰 장이 열려 과일과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별 생각없이 둘러보는데 커다란 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성 페트리 성당이었다. 이 성당의 전망대를 오를 계획이었던 지라 바로 입장료를 지불하고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은 너무나도 멀고도 험했다. 사람 한명 지나갈만한 좁은 계단을 15층이나 올라가야했다! 내려오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들 다 지나갈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했다. 내려오는 사람들은 이제 올라가는 사람들을 측은한 미소로 반겨줬다. 좁은 돌계단, 삐걱대는 나무계단을 한참 오르자 작은 로비가 나왔다. 간이 의자가 몇개 있었고, 왼쪽 오른쪽에 전망대로 나가는 문이 있었다. 네모난 첨탑을 한바퀴 돌 수 있게 철제 난간을 붙여놨고 왕복할 수 없는 좁은 난간이었다. 다행히도 진행방향을 붙여놔서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관람을 하고 있었다.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뮌헨 시내를 내려다 봤다. 

 

 


느릿느릿한 걸음을 따라 반바퀴쯤 돌았을때, 사람들이 멈췄다. 나가는 문도 멀고, 돌아설 수도 없는 좁은 난간에 갇혀버렸다. 도대체 왜 이사람들이 여기서 움직이질 않나 고민하는데, 종소리가 들렸다. 오전 11시 정각에 시청에서 한다는 인형극 소리였다. 다행인건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시청이 내려다 보이는 곳까지 와서 인형극을 볼 수 있었다. 인형극이래서 시청 앞 광장에 인형들이 나와서 뭔가 하는 줄 알고 한참 내려다봤는데, 옹기종기 보인 사람들이 하늘을 올려다 보는 모습만 보였다. 도대체 언제 시작하는거야 하고 실망할때쯤 건물에 뭔가 꼬물대는게 눈에 들어왔다. 인형극이란게 사람 인형극이 아니라, 시계탑에 붙어있는 장치가 빙글빙글 돌면서 음악에 맞춰 연극을 보여주는 거였다. 건물에 붙은 녹색 기계장치 안으로 기사들이 말을 타고 마상시합을 하기도 하고, 나름 내용이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시청이 저렇게 멋진 건물이라는게 참 신기했다. 오래된만큼 낡으면서도 양식의 화려함이 살아있는데, 아무도 쓰지 않는 죽은 건물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살아 숨쉬는 시청이라니! 시청 앞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시청과 인형극을 봤으니 이제 맛있는 점심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먹을지 딱히 생각해 놓은게 없어서 트립 어드바이저 어플을 켰다. 여러 음식점들이 추천에 올라왔는데, 근처에 스테이크집이 있었다. EL GAOUCHO 라는 가게였다. 걸어서 가기에 가까운 곳에 있어서 바로 찾아갔다. 어제는 그 눈길을 뚫고 지나왔는데, 너무 맑고 푸른 하늘이 있어서 더 기분이 좋았다. 구글 맵에 주소를 찍고 가는데, 아무리 봐도 내 옆에 있어햐나는데 가게처럼 보이는 건물이 아니었다. 알고보니 GPS가 오류여서 내가 길 건너편에 있는 걸로 나오는 바람에 엉뚱한 곳에 있었다. 가게는 길 건너편에 멀쩡하게 있었다. 






드디어 제대로 된 정식 첫 끼니였다. 그동안 식비를 간단한 걸 먹으며 아꼈으니 돈을 더 들이더라도 괜찮은거, 맛있는 걸 먹으려고 메뉴판을 한참 노려봤다. 물가는 우리나라 이태원 정도의 가격이었다. 적당히 비싼데 전채요리, 메인코스, 디저트 까지 시키면 5만원이 넘을 것 같아 딱 메인 요리 하나만 주문했다. 소고기가 여러가지 부위가 있고, 부위별로 조리법도 다르고, 소스도 다르다고 써 있어서 한참을 고민한 끝에 종류별로 조금씩 나오는 샘플러를 시켰다. 고기 무게가 메인 하나 시키는 것보다 조금 많은 대신 가격도 다른 플레이트 하나 보다 조금 비쌌다. Rump 스테이크는 고기가 단단하고 쫄깃한 맛이었다. 드디어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구나 감동하며 천천히 음미했다. Rib eye는 부들부들했고 허프는 스모키한 향의 고기였다. Filet 은 목살 같이 퍽퍽한 고기였다. 우리나라에선 뭘 주문하면 이것저것 가져다줘서 여러가질 먹는데, 고기만 덩그러니 네조각이라 양이 적을 것 같았는데, 막상 먹고 나니 든든하게 배가 차올랐다. 서비스로 나온 커피를 마시며 또다시 내가 유럽에 왔음을 다시 떠올렸다. 다만 유럽에서의 혼밥이라 아쉬웠다. 다른 테이블들은 여러개 주문하고, 와인도 곁들여서 먹는데, 운전을 해야해서 술을 마실 수가 없었다. 길에 지나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여유로움을 즐겼다. 여행은 삶의 사는 문제에서 한걸음 떨어져 나와 아무것도 안하고 놀고 먹는 거다.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걱정거리도 미뤄두고 마냥 시간을 흘려보낸다. 동네 구경을 하러 나갈까 싶어 계산을 하려고 기다렸다. 점심 시간이라 직원들이 바쁜지 한참을 기다려도 눈이 마주치질 않는다. 기다린 만큼을 더 보낸 후에야 직원이 날 봤고, 그제서야 계산을 할 수 있었다. 독일은 팁이 없는 나라라 음식 값만 계산하고 나왔다. 



만족스러운 첫 식사를 끝내고 나오니 기분이 좋아졌다. 이곳에선 누구랑 대화를 할 수가 없다. 영어도 안될 뿐더러 독일은 영어국가가 아니라서 짧은 영어도 안통할 때가 있다. 쓸쓸해 지고 있는데 맛있는 음식에 신이 났다. 나오자마자 있는 장터 속으로 들어갔다. 밥을 먹었으니 카페인을 한잔 마실 생각에 장터에 열린 까페로 들어갔다. 천막에 서서 먹을수 있는 높다란 테이블을 몇개 가져다 놓고 커피를 파는데 줄이 엄청 길었다. 나도모르게 그 긴 줄로 빨려들어갔다. 초콜릿 두종류와 에스프레소 음료들을 팔고 있었다. 유럽이라 아메리카노가 없어서 라떼로 주문했다. 큰 스팀피처에 우유를 가득 담아서 스팀한 다음 여러 음료에 시크하게 담았다. 스타벅스나 동네 까페에서 주는 이쁜 라떼아트는 아니었지만, 무심한 하트가 매력적이었다. 디저트는 화이트초콜릿과 다크초콜릿 두 종류였는데, 더 달달한 화이트 초콜릿으로 골랐다. 달달한 과자가 쌉쌀한 라떼와 잘 어울렸다. 이정도면 뮌헨에서 보려고 예정했던 것들은 다 끝났다. 동네 구경을 하면서 지하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정산소는 따로없고 무인 계산대에서 주차비를 내는 방식인데, 주차권을 차에 두고 나왔다. 차로 돌아가서 주차권을 가지고 주차비를 계산했다. 하루종일 달리고, 오늘 밤도 차에서 노숙을 해야 해서 차를 정리했다. 십오분쯤? 지난 후 주차장을 나오면서 닫힌 출구 앞에서 정산된 주차권을 넣었다. 문이 열려야하는데, 빨간불이 들어왔다. 화면에는 독일어로 쓰여져 있어서 알아 볼 수가 없었고, 내 뒤로 차들이 점점 몰려들어서 차를 돌릴 수도 없었다. 다급하게 비상벨을 눌렀는데, 안내원 역시 독일어라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나는 영어로, 그는 독일어로 한참을 떠들다가 문을 열어줬다. 뭔가 시간이 지나 돈 정산을 다시 하라는 말 같았는데, 방법이 없어 나왔다. 뭔가 잘못된거라면 렌트회사로 연락해서 돈 달라고 하겠지. 뮌헨을 떠나 로맨틱 가도로 들어섰다. 뮌헨에서 독일 중심으로 이어지는 작은 마을 속 길이다. 펼쳐진 경치와 작은 마을들이 이쁘다는 말에 계획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