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SnowM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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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기 _ 독일 렌트카 여행 #3_1 "로멘틱가도"




독일 남부지방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국도에 올랐다. 프랑크푸르트 서쪽에서 내려오는 길은 숲이나 마을에 가렸다면, 이 길은 양 옆으로 넓은 평야가 펼쳐져있다. 평야를 가로지르는 도로 위는 한적했다. 신나게 속도를 내면서 지평선 끝자락 위에 늘어진 푸른 하늘을 본다.




이름도 특이한 '뇌르틀링겐' 이라는 마을로 가는 도중에 성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작은 마을 위로 멋진 성이 하나 보였다. 다른 대중교통으로 여행을 왔다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렌트 여행이기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하르부르크'라는 마을의 성이었다. 아기자기한 작은 마을 사이로 오솔길 같은 도로를 지나 뒷산으로 올랐다. 성 뒤로 너른 평야가 있었고, 마을을 보는 방향에는 날카로운 비탈이 있었다. 성 앞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성으로 가는 길 옆으로는 뾰족한 빨간 지붕을 가진 집들이 있었다. 집에서 나무까지 이어진 빨랫줄에는 곰돌이 인형이 올라서서 흔들흔들 인사를 하고 있었다. 아쉬운건 관광지의 성이 아니다보니 사람도 없고, 운영 자체를 안하는 듯 했다. 성 안이나 성벽 위로 올라갈 순 없었지만, 성벽에 난 작은 창으로 내려다보는 경치가 좋았다. 뒷쪽으로 펼쳐진 평야와 마을 저 끝까지 내려다보이는 절벽이 성 주위로 숨어드는 적을 발견하기 쉽게 만든다. 성의 지붕도 주변 마을의 지붕도 불긋불긋한 마음에 든다. 






잠깐 계획에 없던 마을 구경을 뒤로 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도시의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나와 국도로 합류하는 도로에 접어 들었다. 저 멀리 작게 빨간 차 한대가 보였으나 거리가 꽤 멀어서 슬금슬금 들어가서 속력을 높여 변속을 시작 했다. 겨우 몇초 가속하는 사이에 백미러를 보니 아우디가 급정거를 하고 있다. 거의 200에 가까운 속도로 달려왔나보다. 먼저 가시라 비상등을 켰다. 잠깐 속도 올리는 사이에 추월을 하더니, 순식간에 지평선 저편으로 사라졌다. 한적하게 속도내서 달릴 수 있는 동네에선 저런 차 사서 모는 매력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가속 페달을 밟았다. 






네비게이션에 뇌틀링겐이 보인다. "평원에 성을 지을거면 어떻게 지을래?" 라고 물었을때 생각나는 멋진 성이다. 성벽을 옆으로 해자를 파서 강물이 흘러 들어오게 만들었고, 성벽 곳곳에 십자모양 창문이 있다. 성 한 가운데에 높게 솟은 성당이 있고, 그 주변을 빨간 뾰족 지붕 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다. 커다란 성당 옆에 차를 세웠다. 관광지 느낌이 많이 나지 않는 시골 동네 분위기가 난다. 사람도 차도 없는 마을 사이로 걸으니, 하루 정도 조용히 쉬고 싶을때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들어올때 보니 성벽을 올라 갈 수 있는 계단이 본게 생각나서 성문쪽으로 갔다. 2층 성벽으로 오를 수 있는 계단이 있다. 커플이 와서 허리를 두르고 가면 딱 맞을 정도의 작은 길이 있다. 성을 지키는 병사들이 화살을 맞지 않도록 머리 위로 지붕도 있다. 오가는 사람이 없어 느긋하게 걷다가 생각해보니, 러닝할때 쓰는 런타스틱 어플로 성벽 일주를 기록해보자는 생각이 든다. 바로 어플을 실행했다. 느긋하게 건던 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반대편에서 할머니 한분이 지팡이를 짚고 온다. 가까이 가보니 앞을 못보시는 분이다. 근처까지 발소리를 내고 와서 지나가기 편하도록 옆으로 섰다. 할머니 뒤로 따라오던 여자분과 눈이 마주치고 가볍게 눈인사를 건넨다.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해자에서 흘러드는 물이 성 안쪽으로 드는게 보인다.



흐르는 물이 사는 집 옆으로 아래로 흐르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2층 창에서, 집 옆 벤치에서 흐르는 강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아무도 모르게 훌쩍 지날 것 같다. 성벽 어느 방향에서도 성당 꼭대기가 보인다. 성당 뒤로 떨어지는 해를 보며 또 한번 멈춰서 마을을 내려다본다. 네모난 아파트 뿐인 서울에서 벗어나 빨간 지붕집을 보니 색다르다. 어린시절 아지트를 가지고 싶은 마음에 동화책에 나오는 다락이 가지고 싶었다. 다락은 옥상과는 또 다른 멋진 매력이 있다. 마을을 구경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한바퀴를 다 돌았다. 2.68km 정도 거리고 도는데는 약간 빠른 걸음으로 30분 정도 걸린다. 


좁은 마을 길 옆으로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보인다. 배가 고프지 않아 차로 돌아왔다. 성당은 관광객을 위한 입장이 안되는 느낌이다. 가는 곳마다 비슷한 모양의 큰 성당들이 있어서, 이젠 굳이 구경할 필요가 있나 싶다. 여러 마을을 구경할 예정이기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다음 도시 '딩켈스뷜'로 향했다.